<아이언 맨>을 보니 2002년 <스파이더맨>을 처음 본 후의 감정을 되새기게 된다. 그것은 이야기와 캐릭터, 액션과 유머, 주제와 표현이 조화를 이룬 '제대로 된' 수퍼히어로 영화를 정말이지 너무나 오랜만에 만났다는 감동이었다. 그러나 <스파이더맨> 이후 마블 수퍼히어로 영화는 부침이 심했다. <헐크>는 지나치게 진지했고(물론, 나는 그런 접근 방식도 좋아했지만), <데어데블>과 <엘렉트라>, <판타스틱 포>는 너무 얄팍했다. <엑스멘> 시리즈는 3편에서 1, 2편의 아우라를 잃었다. <스파이더맨 3>마저 찬반양론이 분분했다. 이대로 가다간 마블 영화에 질려버릴 것만 같았다. 바로 그때, 철갑 사나이가 나타났다.
<아이언 맨>은 균형잡힌 수퍼히어로 영화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명확한 캐릭터, 완급이 잘 조절된 이야기 연출, 충분한 볼거리 등 성공적인 오락영화의 3박자가 잘 맞는다. 각본에 전혀 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작품 전체에 스며든 활기 탓에 귀엽게 봐 줄 정도로 그친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는 캐스팅이 가장 빛을 발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귀네스 팰트로의 궁합은 환상이다. 특히 다우니 주니어의 토니 스타크는 예측불허의 사고뭉치가 수퍼히어로로 변모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묘사했다. 돈이 너무 많고 머리도 지나치게 좋은 그는 타락의 가능성도 아슬아슬하게 보여주는데, 이에 대해서는 속편에서 더 상세히 다루어질 것 같다. <아이언 맨>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하는 관객은 결론을 섣불리 내리지 말 것이다.
원제: Iron Man / 감독: 존 파브로 / 2008년 / 컬러 / 126분
미국 개봉일: 2008년 5월 2일 / 한국 개봉일: 2008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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